대회 히스토리

열네 번째 삼성화재배는 '변화와 혁신의 기전'답게 또 한 번 진화된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대회를 지향했으며 세계 각국의 타이틀홀더를 한데 불러 모았다. 거기에 어울리게 대회 명칭은 '월드바둑 마스터스'로 새단장했다.

참가국은 전통의 강국 한중일을 넘어 싱가포르, 태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러시아, 체코의 대표선수를 초청해 최고 대회의 참가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바둑을 알렸다.

대회 권위에도 심혈을 기울여 종전까지 해당 국가에 일임했던 시드 선발권을 타이틀홀더로 제한했다. 실력과 명망을 갖춘 일류 선수들에게 출전권을 부여함으로써 팬들은 보다 수준 높은 명승부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대진 방식에도 변화를 주어 본선 32강전을 '더블 엘리미네이션'으로 치렀다.

단판승부의 의외성을 줄일 뿐 아니라 32강전의 경기수가 16경기에서 40경기로 증가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 밖에도 만45세 이상을 위한 시니어 조를 신설했으며 상금제를 한층 강화시켰다. 우승 상금은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전체 상금은 6억4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통합예선의 대국료제는 폐지했다. 아마추어들을 위한 문호는 더욱 넓혀 종전 4장이었던 통합예선 진출권을 12장으로 대폭 확대했다. 또한 대회 중간에 어린이바둑대회를 개최함으로써 동량들의 육성에 심혈을 기울인 것도 삼성화재배만의 자랑거리다.

온라인예선부터 열기가 달아올랐다. 한게임바둑 5단 이상자를 대상으로 접수받는 결과 900여명이 참가했다. 오프라인예선과 통합예선으로 이어진 무대는 용광로를 방불케 했다. 그 속에서 14년 대회 사상 최초로 한국의 아마추어가 본선에 오르는 역사가 이뤄졌다.

본선은 별들의 전쟁.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된 32강전은 일찌감치 2연승하며 16강에 직행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첫 판을 패하고도 나머지 두 판을 승리하며 바둑대회 사상 첫 시도된 방식의 수혜를 누리기도 했다. 반면 한 번 패했던 상대에게 또다시 패하는 상처를 입은 선수도 나왔다.

전반적으로 한국선수들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예선통과자 8-7, 시드를 합한 본선멤버 15-13으로 중국에 간발의 차로 우세했던 한국은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중국에 밀리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16강 5-10, 8강 3-5, 4강 1-3의 구도가 형성되더니 급기야 결승 두 자리를 중국에 내주고 말았다. 동갑내기 콩지에와 치우쥔, 결승전이 중국기사 간의 대결로 이뤄진 것은 삼성화재배 사상 처음이었다. 기념비적인 '세계대회 100번째 왕관'의 영예까지 걸려 있어 주최국 한국으로선 씁쓸한 기분을 감추기 어려웠다.

중국 매스컴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준결승에 이어 상하이에서 거행된 결승 3번기는 결국 콩지에가 2-0 완승으로 2억5000만원의 상금과 더불어 자신의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까지 거머쥐는 영예를 누렸다. 미완의 대기 콩지에를 톱 클래스 반열에 올려 놓은 대회가 됐다.